프로젝트 Y 리뷰 (여성 서사, 인물 행동, 장르 완성도)
한소희와 전종서 주연의 영화 《프로젝트 Y》가 공개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초미녀·고자극·느와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작품은 과연 기대에 부응했을까요? 프로젝트 Y의 구조와 문제점을 깊이 분석합니다.
프로젝트 Y는 여성 서사인가 — 장르적 정체성과 여성 서사의 기준
프로젝트 Y를 둘러싼 첫 번째 쟁점은 "이 영화가 여성 서사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와 여성 서사는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여성 서사로 불리려면, 주인공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일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불합리 혹은 공포와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1979)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주에서 괴물과 싸우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 리플리가 마주하는 공포는 성적 폭력과 강제 출산에 대한 공포를 강렬한 비유와 은유로 담아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일리언은 47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 서사의 고전으로 불립니다. 《델마와 루이스》, 《히든 피겨스》 , 《추락의 해부》 역시 주인공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여성 보편의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면 프로젝트 Y의 두 주인공이 겪는 일은 딱히 여성이기 때문에 더 공감되거나, 보편 타당한 여성의 감정을 획득하지 못합니다. 비스티 보이즈가 남성 서사가 아니듯, 프로젝트 Y 역시 여성 서사라는 명찰을 달기 어렵습니다. 그냥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인 것입니다.
물론 여성 서사가 아니라고 해서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원 배틀 프롬 어나더》에서 체이스 인피니티를 연기한 윌라 퍼거슨의 캐릭터 역시 굳이 여성일 필요는 없지만, 그 영화는 끝장나게 재미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화류의 여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금기여야 한다는 주장도 지나칩니다. 원래 금기와 선을 넘는 것이 예술의 본령이며, 다루느냐가 아닌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입니다. 문제는 프로젝트 Y가 여성 서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르 영화로서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좋은 재료를 앞에 두고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인물 행동의 설득력 부족 — 주인공과 악당 모두가 납득되지 않는 이유
프로젝트 Y에서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인물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즉, 인물의 판단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주인공뿐 아니라 악당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먼저 플롯의 전제 자체가 개연성을 흔듭니다. 스포츠 토토 불법 사이트로 수백억을 번 토사장이 비자금을 세무 조사를 피하기 위해 경기도 땅에 현금으로 파묻어 놓는다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 돈이 금괴로 바뀌어 같은 땅에 함께 묻혀 있다는 설정은 더욱 그렇습니다. 유흥업소들을 싹 인수해 돈세탁을 시도하는 사람이 굳이 금으로 바꿔 땅바닥에 파묻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 설정은 장르적 편의주의의 산물입니다.
주인공들의 행동은 더욱 심각합니다. 타짜의 기본 원칙처럼, 손에 거액의 현금과 금괴를 손에 넣었다면 뒤도 보지 않고 튀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한소희와 전종서는 항상 타고 다니는 자신의 차를 그대로 끌고 다닙니다. 금괴를 차에 실은 채로, 자신들을 화에 팔아넘긴 엄마를 찾아가고, 엄마에게 일본 대사관 사람의 약점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외교 행낭을 이용한 계획은 현실적 검토가 부족해 보입니다. 일본 대사가 협조를 거부하거나 금괴를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훔친 금괴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악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뒷세계에서 정말로 찾으려고 들면 하루 이내에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토사장이 이빨을 잔뜩 꺼내 놓고 자기 소유 업소들을 느릿느릿 뒤지고 다니는 것은 완전히 비효율적입니다. 주인공들이 엄마를 데려와 협박하는 방식도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악당이 주인공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일부러 멍청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순간 긴장감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장르 완성도의 실패 — 판을 잘 깔았지만 제대로 쓰지 못한 비극
아이러니하게도 프로젝트 Y의 기본 구도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욕망 앞에서 벌거벗은 인물들이 금이라는 황금성이 보장되는 전리품을 두고 벌이는 쟁탈전, 이 뻔한 범죄 도주극의 골격은 수천 번 쓰인 것이지만 얼마든지 유효합니다. 주인공이 한소희와 전종서이고, 이들이 작정하고 세게 나간다면 나쁠 것이 없는 출발점이었습니다.
레시피는 세상 모두가 알지만, 맛있는 김치를 쓰고 거기에 독특한 재료를 더하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클래식한 구도 위에 트위스트나 흥미로운 변수를 더하면 얼마든지 독특해질 수 있습니다. 부패 경찰 패거리를 추가 변수로 넣었다면 더 풍성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Y는 이 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합니다. 뒷골목 범죄 장르의 매력은 욕망 앞에 벌거벗은 인물들이 언제 서로를 배신할지 모른다는 시한폭탄 같은 긴장감에 있습니다. 무한도전의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에서 노홍철과 박명수가 냉면 먹는 장면에 배경 음악 하나만 깔았을 때 긴장감이 생기는 이유는, 두 사람이 욕망을 위해 못할 짓이 없다는 것을 시청자가 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화류의 바닥에서 4년을 버텨온 인물들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가 막히게 머리를 굴려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오거나, 아니면 냉혹하게 배신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그런데 둘 다 처절하게 못합니다. 결정적으로, 도주극이었던 영화는 마지막에 갑자기 복수극으로 전환됩니다. 엄마가 죽는 것을 보고 갑작스럽게 복수 동기를 획득한 주인공이 화류 여성들의 힘을 모아 토사장에게 복수하겠다는 결말은, 어이없는 마무리입니다. 처음에 하기로 했던 것, 즉 막나가는 영화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프로젝트 Y의 진짜 실패입니다.
마지막 한마디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최상급 배우, 자극적인 설정, 클래식한 범죄 도주극의 구도까지 좋은 재료를 고루 갖췄음에도 인물 행동의 설득력 부족과 장르적 일관성의 상실로 완성도에서 크게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김신록의 인상적인 연기와 두 주인공의 강렬한 이미지만이 유일한 볼거리로 남습니다. 막나가기로 했으면 끝까지 막나갔어야 했습니다.